해외 바이어와 가격 협상을 마치고 무역보험까지 가입해 두었다면, 이제 거래의 법적 뼈대를 세우는 '무역 계약서(Sales Contract)'를 작성할 차례입니다. 보통 초보 실무자들은 계약서에서 인코텀즈 조건, 수량, 단가 같은 '돈과 물건'에 직결된 조항만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정작 분쟁이 터졌을 때 회사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계약서 맨 마지막 장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분쟁 해결(Dispute Resolution)' 조항입니다. 납품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바이어가 잔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계약 조건 해석을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때 이 마지막 조항을 어떻게 적었느냐에 따라 수천만 원의 소송 비용을 날릴 수도, 혹은 앉아서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초보 시절 가장 아찔했던 순간도 바이어가 보낸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쓰다가 분쟁 발생 시 재판 관할지가 '바이어 본사 소재지 법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외국 법원에 가서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싸우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사실상 소송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오늘은 분쟁 발생 시 우리 회사의 권리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계약서 독소 조항 제거법과 핵심 설정법을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법원 소송 대신 '중재(Arbitration)'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 이유
많은 초보 실무자가 계약서에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 재판으로 해결한다"고 막연하게 적습니다. 하지만 무역 거래에서는 일반 법원 소송보다 '중재(Arbitration)'가 훨씬 유리하고 안전한 선택입니다.
재판은 3심제까지 올라가며 수년이 걸릴 수 있고, 무엇보다 승소하더라도 상대방 국가에서 그 판결문을 가지고 강제집행을 하기가 법적으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반면 '중재'는 민간 전문가(중재인)를 선임하여 단 한 번의 판결로 끝내는 1심제 분쟁 해결 방식입니다. '뉴욕협약(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에 가입된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는 중재판정 결과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강제력을 가집니다. 즉, 바이어 국가의 법원도 이 중재판정 결과를 거부할 수 없으므로 대금을 신속하고 강제적으로 회수하는 데 소송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우리 안마당으로 끌고 오기: 중재지(Place of Arbitration) 설정의 기술
중재 조항을 넣을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어디서, 어느 기관의 규칙에 따라 싸울 것인가"를 명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중재지와 중재기관 설정이라고 합니다.
가장 베스트는 중재지를 '대한민국 서울(Seoul, Korea)'로 지정하고, 중재기관을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못 박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분쟁이 생겼을 때 외국 바이어가 한국으로 날아와서 한국어로 재판을 받아야 하므로,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과 언어적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만약 바이어가 "왜 너희 나라에서만 해야 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한다면, 제3국이면서 국제 무역 중재의 메카인 '싱가포르(SIAC)'나 '홍콩(HKIAC)'을 타협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실무적인 우회 전략입니다.
재판관할권(Jurisdiction)과 준거법(Governing Law)의 독소 조항 체크리스트
만약 바이어의 세력이 너무 강해 중재 조항을 넣지 못하고 결국 법원 소송 조항으로 가야 한다면, 아래의 두 가지 단어를 계약서에서 반드시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준거법(Governing Law): 계약서를 해석할 때 '느느 나라의 법'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This agreement shall be governed by the laws of Korea"와 같이 한국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우리 법률 대리인이 계약서를 아군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이어 국가의 법이나 주(State)법이 들어가 있다면 당장 수정 요청을 해야 합니다.
재판관할권(Jurisdiction): 분쟁 시 어느 나라 법원으로 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만약 바이어가 교묘하게 자신의 홈그라운드 법원을 지정해 두었다면, "분쟁을 일으킨 피고의 소재지 법원(Jurisdiction of the Defendant)"으로 바꾸자고 제안하십시오. 내가 소송을 걸 때는 바이어 나라로 가야 하지만, 반대로 바이어가 우리에게 소송을 걸 때도 한국 법원으로 와야 하므로 서로 함부로 소송을 남발하지 못하게 만드는 훌륭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무역 계약서 작성 시 분쟁 해결 조항은 일반 법원 소송보다 단심제로 끝나고 국제적 강제집행력이 강력한 '중재(Arbitration)' 조항을 선택하는 것이 중소기업에 유리합니다.
중재 조항 삽입 시 중재지는 '대한민국 서울', 중재기관은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바이어 반발 시 싱가포르(SIAC)를 대안으로 활용합니다.
법원 소송 조항을 쓸 수밖에 없다면 준거법은 '한국법'으로, 관할 법원은 '피고 소재지 법원'으로 설정하여 바이어가 아군을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방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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